[이민하의 눈] 의자 대신 책상에 앉기까지
상태바
[이민하의 눈] 의자 대신 책상에 앉기까지
  •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19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합인터넷신문 뉴트리션] 손윗사람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의자 대신 책상에 앉은 적이 있다. 나만 그러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머쓱해져 "나만 이러고 있었네"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분께서 "오. 진취적인데요. 나는 의자 대신 책상에 앉는 사람. 얼마나 멋져요"와 같은 말을 해주셨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 한여름, 길을 걷다 땅의 열기가 궁금해져 길바닥에 누워 구르기도 하고, 풀치마만이 허용되는 학교의 향상음악회 때엔 바지를 입고 연주했고. 머리도 한 올 남김없이 면도기로 밀기도 했다. 연습이 더 중요하던 고3때에는 담임과의 사투 끝에 말없이 학교 대신 연습실을 가기도 했고.

나의 이런 행동을 보고 "너는 되게 주체적이고 진취적으로 사는 사람 같다"라고 말하곤 한다. 안 좋게 말하면 남 눈치를 안 보고 산다고.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이상하다'고 하지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되면 '선생'으로서의 용모를 생각하게 된다. 내 주변 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자기검열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더듬는다. 이렇게 하면 이상해 보일까? 하면서.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깝고 슬펐다. 이 나라는 자유주의 국가라는데, 왜 우리는 스스로를 검열해야 할까.

얼마 전, 공무원 및 회사 복장 규정을 없애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었다.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서 염색도 못하고, 정치적 의견을 SNS에 올리지도 못하고, 자신의 사랑조차 남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는지 검열해야 했다.

신체도, 감정도, 생각도 이상하면 안 되는 사회. 의자와 책상이 있다면, 꼭 의자에만 앉아야 하는 사회. 책상 위에서 눕거나 앉으면 안 되는 사회. 나는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내 주변사람들 같아졌으면 좋겠다. 의자에는 앉아야만 하고, 책상에는 앉으면 안된다는 금기를 깨고 책상에도 앉아도 된다는 걸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좋겠다. "이상한 행동이 뭔데?"라고 묻는, 그래서 서로를 검열하지 않게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뉴트리션 신문사
뉴트리션 신문사

 

【법무】 이 기사는 외부 제휴 기사(외부 공급)일 수도 있습니다. 당해 기사와 관련하여 정정/반론/추후보도 청구권 행사를 원하는 독자께서는 뉴트리션 법무팀(legal@nids.me)으로 관련 내용을 보내주시면 3영업일 내 회신드리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언론중재위 등 당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도 있으니 꼭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