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회를 위한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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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회를 위한 치료법
  •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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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인터넷신문 뉴트리션] 토마토 꼭지를 따다가, 엄지손가락이 칼에 깊게 베인 적이 있다. 보기가 겁나서 바로 반대손으로 쥐어버렸다. 피가 뚝뚝 흐르는데,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 상처를 볼 수 없었다.

결국 애인이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는데, 상처는 내 생각보다 더 깊었다. 그래서 병원에 갔고, 두어바늘 꼬맸다. 지금도 그 꼬맨 상처가 흉터로 남아있다.

우리는 병원에 갈 때 환부를 드러낸다. 드러내야 의사가 보고 적절한 치료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조직의 크고 작은 부정을 잘 드러내려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내 엄지손가락 상처를 치료하면서 소독과 마취주사를 맞을 때 많이 아팠다.

마취주사, 바늘이 무섭다고 치료를 거부했다면 내 엄지손가락은 어떻게 됐을까? 당연하게도 상처부위가 잘 봉합되지 않았을 것이다. 부정을 드러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 부정을 드러내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이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다. 그렇게해야 조직이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많은 학교들이 자랑스레 걸어놓은 "학교폭력 없는 학교"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보면 의심부터 든다. 물론 학교폭력이 없는 건 분명히 칭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치부를 감추려드는 이 사회에서, 그런 현수막이 진짜 학교폭력이 없어서 걸어둔 것일까, 아니면 있음에도 모른 척 덮어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속한 대학교에서도, 익명 커뮤니티에선 온갖 불만이 쏟아져나오지만 막상 우리 대학을 다룬 기사를 살펴보면 전부 좋은 얘기 밖에 없다. 알면서도 다 감추고, 쉬쉬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피해자는 고통받는다. 조직이 곪기 시작하는 것이다. 건강한 조직이 되기 위해선 우선 환부를 드러내야한다. 부끄러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 힘들어하면, 동료들이 같이 목소리를 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고발자에게는 같이 목소리를 내줄 사람, 응원 해주는 사람만 있어도 큰 힘이 된다.

간혹 누군가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면, 동료들이 나서서 "네 얼굴에 침뱉기다" 같은 말을 하곤 한다. 앞서 말했듯, 이런 반응으로 얻을 수 있는 건 고여서 썩을 조직 뿐이다.

책임자는 일을 덮으려 들지말고, 근본적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고발자가 조직에서 나간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또 그 문제로 피해를 받을 것이고, 그 문제 때문에 수많은 인력풀을 잃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더 치부를 드러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결했고, 이런 방법을 썼더니 재발하지 않더라, 하는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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