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자랑, 오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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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자랑, 오필리아
  •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0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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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석을 사랑하기까지의 이야기
보석에 담긴 반전이 만들어낸 정(情)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파이어인 줄 알고 샀는데, 감정해보니 헤소나이트 가닛이란다. 가닛은 흔한 빨간 보석 아닌가? 또 헤소나이트 가닛은 들어본 적이 없다. 결국 종로의 사장님께 여쭤보니, 이렇게 깨끗하고 예쁜 핑크색의 헤소나이트는 잘 없단다. 시세도 잘 모르겠고. 결국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그로슐라군에 속한 헤소나이트 가닛은 보통 내포물이 많아 탁하고, 색상은 주황색에서 갈색이 흔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가진 헤소나이트는 예쁜 핑크색에 내포물도 거의 없다. 어쩌다가 내 헤소나이트는 이런 핑크색을 가지게 되었을까?

로졸라이트 가닛(사진=본인 제공)© 뉴트리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졸라이트 가닛(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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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닛은 규산염광물 일종으로, 화학식은 X3Y2(SiO4)3이라고 한다. X는 3가양이온, Y는 2가양이온인데, 여기서 3가양이온과 2가양이온으로 무엇이 들어오느냐에 따라 가닛의 단종이 결정된다. 대부분의 가닛은 3가양이온 자리에 알루미늄 이온이 들어가고, 2가양이온 자리에는 철, 마그네슘, 망간, 칼슘으로 총 4가지 이온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2가양이온 자리에 특정 이온만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 이온이 적절히 배합되어 들어가게 된다. 그 중 그로슐라 가닛은 2가양이온 자리에 칼슘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3가양이온 자리에 있는 알루미늄 이온과, 2가양이온 자리에 있는 칼슘은 발색 요인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로슐라 중 레우코 가닛은 색을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로슐라에 속한 헤소나이트 가닛은 무엇에 의해 색을 내는 것일까? 바로 철이온과 망간이온이다. 이 중 철이온은 어두운 적갈색을 내고, 2가망간이온은 보라색을 내게하는 요인이 된다. 

헤소나이트와 로졸라이트의 분포 그래프(사진=Kirk Feral)<br>© 뉴트리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헤소나이트와 로졸라이트 분포 그래프(사진=Kirk Feral at gemstonemagnetism.com)

그 중 헤소나이트 중 핑크색을 띄는 로졸라이트는, 위 그래프와 같이 철이온과 2가망간이온이 정말 잘 배합되어야만 겨우 나오게 된다. 혹은 2가망간이온이 오랜기간 감마선을 받아 3가망간이온이 되는 경우에도 핑크색을 띄게 된다. 놀랍지 않은가. 우연히 잘 배합되어 핑크색이 되거나, 지질학적 시간을 겨우 견딘 헤소나이트만이 핑크색을 띄게 된다는 것이.

내가 가진 이 가닛은 철이온과 2가망간이온의 배합으로 핑크색을 띄게 된 것인지, 3가망간이온을 가져서 핑크색을 띄게 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이 가닛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로졸라이트 가닛(사진=본인 제공)© 뉴트리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졸라이트 가닛(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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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사파이어인 줄 알고 샀기 때문에 감정서를 보고 실망하게 되었다. 사파이어보다 가닛이 더 싸고 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닛은 오히려 사파이어보다 더 희귀하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기뻤다. 실제로 시세도 상당히 비싸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이 가닛을 사랑하게 된 건, 단순히 비싸서만은 아닌 것 같다. 비싸기 때문이었다면 당장 갖다 팔았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이 가닛이 어떤 가닛인지 자료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이 들어버린 건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사파이어인 줄 알고 샀는데, 흔한 가닛이라니, 근데 사실 흔한 게 아니었다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나와 가닛의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주었다. 보석의 인연이라는 것은 꼭 이런 것 같다. 아니, 꼭 보석만이 아니더라도 모든 물건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서 갖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이렇게 한 보석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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