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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의 눈] 나를 옭아매던 것학칙 개정에 학생의견 반영은 커녕 학부모 눈치 살피는 현실
당국은 학생들의 목소리 수긍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18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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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항과는 달리 일선 학교 현장에선 아직까지 주먹구구식으로 각종 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리스트의 칼럼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할 것입니다.

[종합인터넷신문 뉴트리션=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고등학교 시절 나의 일기를 뒤져보면 도망치고 싶다는 말이 제일 많았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도망치고 싶어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어쩌면 나는 학교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학칙으로, 야간자율학습으로, 나를 옭아매던 그런 학교로부터.

그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점점 저항심으로 자라났다. 학칙이 잘못되었다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학칙을 강요하는 선생님들의 말에 논리가 없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가장 불편했던 학칙은 역시 복장과 두발규정이었다. 

특히 겨울에는 외투 안에 무조건 마이를 입어야 했다. 마이가 외투 안에서 낑겨서 불편한데다가, 정문 앞에서는 외투 지퍼를 내리고 마이를 입었는지 검사하는 것이 매번 번거로웠다. 두발 같은 경우는, 검사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기준이 달라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겨우 몇 센치 조금 넘는다고 머리 자르러 가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며 건의를 드리니 학생부 측은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안에 마이를 입지 않으면 옷으로 빈부격차가 드러나게 되니 그런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고려해서 그 규정을 없앨 수는 없다고 했다. 애초에 마이는 외투 속에 들어가게 되니 그 논리대로라면 외투를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다음으로 두발규정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답변이 아직까지도 충격적인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두발길이규제는 '완화' 되었다. 하지만 폐지는 할 수 없다고 했는데, 두발규정이 폐지되면 주변 중학교에서 소위 '날라리' 들이 몰려들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학교의 위상이 떨어짐과 동시에 주변 집값도 떨어져 학부모들의 반발할 테니 폐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 답변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당장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보다, 자녀가 이 학교에 다니지도 않을 수도 있는 주변 주민들의 집값을 더 중요시 하는 학교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습과 실적이 곧 집값에 연결이 된다는 설명도 상당히 웃기지 않은가.

초·증등교육법 시행령에는 학칙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당장 이 사례만 봐도, 그 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결국 당시의 나는 교육부에 유권해석을 부탁했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는 "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하여 교칙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관련기사 : [단독 Q&A] 초·중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 학교규칙에 대해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등) ④ 학교의 장은 제1항제7호부터 제9호까지의 사항에 관하여 학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애초에 '노력' 할 생각도, 그러한 기회도 마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의 목소리가 담기지도 않은 교칙을 따라야만 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당시의 우리 학교를 비롯한 한국의 대다수의 학교가 어째서 학생의 의견만은 묵살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국에서부터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으라고 하질 않는데, 학교가 학생의 눈치를 볼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당장 학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학칙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고, 왜 따라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납득조차 시키지 않은 상태로 따르라고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당국이 말하는 그 '노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 유권해석이 나온지 3년이 지났고, 정권도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학교에서 교칙 제개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당국의 입장은 얼마나 바뀌었을지 궁금해지는 밤이다.

ⓒ 종합인터넷신문 뉴트리션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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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quxxn_mina@nutrition2.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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