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하의 눈]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는 고슴도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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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의 눈] 가시를 세울 수밖에 없는 고슴도치들
  •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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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지 뉴트리션=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렇게 좋은 기억만 있지는 않다. 눈치를 많이보고 예민했던 탓도 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뿐만 아니라 모두 어딘가 다쳤고, 곪아있던 것 같다. 나도, 너도, 우리는 너무나 여렸고, 또 그래서 가시를 세우다 서로에게 상처를 내는 그런 고슴도치였다.

나는 인문계를 졸업한 음대생인데, 졸업한 학교에는 예체능반이 따로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에 수학을 좋아해서 예체능반이 아니라 문과로 갔다. 예체능반은 수학시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교내에서 심화수업으로 화성학을 배우고 있었으니 굳이 예체능반으로 갈 이유가 없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수학을 좋아한 만큼 나름 잘해서 수학특별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수학특별반은 나를 포함해 3명을 빼고 전부 이과였기 때문에 이과에 맞춰 진도가 나갔다. 그래도 더 넓은 범위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다. 그런데 나랑 수업을 같이 듣던 내 친구가 언제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는 예체능인데 왜 수학을 열심히 해? 그거 다른 애들한테 민폐 아니야?"

평소에 "예체능치고" 공부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와서 더 화가 났다. 예체능은 공부를 못한다고 무시하는 그 시선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단지 예체능에 대한 편견에만 화가 났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학교 생활의 모든 게 입시 스펙이 되는 환경에서는 친구라도 견제할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교외활동은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 적을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동아리, 대회와 같은 교내활동은 타 학교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으니 파이 싸움이 특히나 치열했던 걸로 기억한다. 합창대회를 하면서는 반주자를 자리를 두고 예체능생과 비예체능생이 싸우기도 했고, 동아리의 경쟁률도 정말 어마어마했다. 그런 치열한 스펙싸움 속에서 그 누가 가시를 세우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정말로, 우리는 가시를 세우지 않을 수도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야지만 좋은 강의와, 좋은 사람들, 좋은 인프라를 누리고 살 수 있는데, 어떻게 옆 사람을 견제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왜 우린 좋은 대학에 가야지만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있을까.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걸까.

아직도 고슴도치들은 가시를 세우고 있고,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파하는데, 교육생태계는 바뀐 것이 없고, 우리는 여전히 무엇 때문에 가시를 세우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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