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와글와글 교육공동체 이민하의 눈
[이민하의 눈] 팥 없는 붕어빵, 민주주의 없는 학생회
  •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18 00:52
  • 댓글 0
이민하 칼럼니스트가 겪은 이 이야기는 일선 현장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올바르게 운영되는 학교가 더 많으나, 본 칼럼과 같은 곳도 있다는 사실을 독자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 주

[교육전문지 뉴트리션=이민하 칼럼니스트] 학생회 선거가 한창이던 때였다. 회장단 후보들의 연설을 교내 방송으로 들으며, 나는 후보들의 공약과 질문사항을 메모했다.

메모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에게 질의를 할 생각이었다. 당시 학생회장은 단일후보였던 데다 딱히 질의할 것이 없어 넘어갔지만, 두 부회장 후보에게는 질의할 것이 넘쳐났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는 후보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한 후보는 운 좋게도 마주쳐서 질의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남은 한 후보는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마주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건의 발단이 된 '문제의 글' 을 쓰게 되었다. 그 후보를 만날 수 없었으니, 나는 학교 대나무숲(SNS에서 제보를 대신 게시해주는 곳)을 이용해 실명을 걸고 질의문을 게시하였다.

그리고 그 후보는 그 글을 근거로 명예훼손이라며 학교폭력위원회(이하 학폭위)에 신고를 했다.

하필이면 내가 학폭위에 불려가게 된 때가 한창 합창대회 반주를 앞두고 있던 때였으니, 나는 당황하며 학생주임실로 갔다.

학생주임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너는 지금 가해자다, 너는 지금 큰일 난 것이다" 라며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나무랐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라, 한 명의 선거권자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말했지만 학생주임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결국 같이 그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보았다. 하지만 읽은 후에도 학생주임은 "직접 만나 물어보지 않고, 이런 질의문을 굳이 공개된 장소에서 게시한 것은 이 학생을 낙선 시키기 위한 선동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결국 나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끝났지만, 내가 이 얘기를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지금, 굳이 다시 꺼내는 것은 학생주임의 말이 아직도 아쉽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정치적인' 행위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사실 그 후보자이자 피해주장인은 정말로 상처를 많이 입었고, 힘들어 했었다.

생각보다 대나무숲에는 그 후보자를 비난하는 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걸 보면서 공청회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그랬다면 후보자에 대한 비난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쯤은 마련되어 있었을테니 말이다.

또한 나와 그 후보자도 가해지목인과 피해주장인이 아니라, 후보자와 유권자로서 대면했을 것이다.

최근 다시 찾은 그 학교의 전 학년 층 복도 게시판에는 선출 공고와 함께, 한 후보자의 사과문이 게시되어 있었다.

본인 친구가 본인 포스터를 선거운동시간 이후까지 게시한 것에 대한 사과문이었다. 그 후보자에 대한 징계도 공개가 되어있었다.

어떤 과정에서 그러한 징계를 받게 되었는지는 없이 말이다. 그 글을 보며, '우리 학교에 선거규칙에 대한 안내가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집에 와서 찾아봤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 학교 교칙에서는 학생회의 목적에 대해 "...자치 능력의 배양으로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고...것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명시해 놓았다.

그런 목적을 정보공개창구에 걸어놓고도 질의서를 '선동'으로 치부한다는 것, 후보자를 검증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는 것, 심지어 교내선거관리위원회는 제대로 된 역할 하나 없이 투표용지만 나눠주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정말 별 생각 없이 다른 학교의 교칙을 베껴다 쓴 것 아닌가 싶어 웃음이 난다.

내가 그 학교를 졸업한지 1년이 되어가고, 벌써 학생회가 두 번 선출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여전히 그 학교의 학생회 선출 방식에는 변화 없이 그대로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그 학교는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엔 너무나 많은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씁쓸하다.

사진 = 픽사베이
◇ 정정·반론보도 청구 안내
관계법령(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본 기사에 대하여 '정정·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으며,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를 원하시는 경우 뉴트리션 사이트 하단 '불편 신고' 를 통하여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기사 저작권 안내
본 기사는 교육전문지 뉴트리션(대구, 아00118)이 발행한 콘텐츠로, 현행 저작권법에 의거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입니다. 따라서, 저작권법 제7조(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 제5호에 해당한다고 임의로 판단하여 콘텐츠를 무단 전재 하는 등의 행위는 저작권법에 위배되므로, 기사 콘텐츠의 일부를 게재할 경우 저작권법 제37조(출처의 명시)에 따라 출처를 반드시 명시하여 주시기 바라며, 기사 전문을 사용하고자 하시는 경우 본보(교육전문지 뉴트리션)와 협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  quxxn_mina@nutrition2.asia

<저작권자 © 뉴트리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하 뉴트리션 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est Article

여백

뉴트리션만의 독특한 기획/연재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