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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뉴트리션이 만난 사람들 ③] “솔직한 관계가 사람들을 외롭지 않게 할 거예요”

[교육전문지 뉴트리션]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청소년(대학생 포함)을 인터뷰하여 많은 사람들에 널리 알리고자 '뉴트리션이 만난 사람들' 이라는 섹션으로 인터뷰를 기획하였습니다. 주제는 '이루고자 하는 꿈' 에 대해서입니다. 오늘은 육재서 씨를 만나봤습니다.

먼저, 본인에 대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육재서예요. 제가 좋아하는 일은 가끔 에픽하이의 곡을 틀어놓고 집 앞을 유유히 산책을 하는 것입니다. 빈 강의실에 옹기종기 모여 학우들과 열띤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과 벽 없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 마냥 들떠오르는 사람이에요.

잔잔하고 무탈한 친구와 안정감을 느낄 때, 바꾸고 더할 것 없이 이대로 충분하다고 느낄 때, '나의 이성과 논리로는 추리할 수 없는 막막한 것들'을 가장 믿는 누군가에게 쏟아낼 때, 그냥 그대로 머무른 기분을 사랑합니다.

제일 형식적인 대답은 가장 뒤에 넣는 버릇이 있는데, 참고로 저는 올해 서울에 있는 공과대학에 진학한 20살 대학생이에요.

뉴트리션에서는 ‘이루고자 하는 꿈’ 에 대해 기획하고 다양한 청소년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루고자 하는 꿈’ 이 있다면, 그 꿈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루고 싶은 꿈은,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솔직해지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저는 작년까지만 해도 사람을 좋아하지 못했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 전 새학기나 수학여행을 가기 직전에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봐 걱정한 기억이 있어요.

매년 반 친구를 사귀고 무리를 지어 다닐 때에는 '결국 한 명은 도태된다' 라는 암묵적인 법칙을 느꼈어요. 그 때 저는 친구 사귀기가 진솔한 마음을 트는 과정이 아닌 '은따' 를 당하지 않기 위한 계산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국 전 원체 사람과 솔직한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게 되었고,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을 인간적으로도 신뢰하지 않았죠.

대학에 온 뒤로는 이러한 인간관계 경험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조금 더 마음이 넉넉해져서 ‘어디에나 사람이 많은데 우리는 왜 외로운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어요. 우리의 관계는 왜 신뢰가 아닌 계산에 의한 것이어야 했느냐는 풀리지 못한 의문이 생긴 거예요.

그리고 지금과는 달리, 모두가 외로운 마음을 서로 나누면 용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믿기 시작했어요. 그런 고로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를 비롯한 모두가 솔직해지는 법을 알아야겠다고 느꼈어요.

그것이 동기가 된 까닭인지, 이제 저는 낯선 사람들을 볼 때에도 기본적으로 환대하는 마음을 가꾸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생긴 두 번째 꿈은, 아무리 실망스럽고 관계에 숨이 막혀도 진심 어린 대화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전술한 ‘꿈’ 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말씀해주세요.

먼저 저는 대학에 와서 화법을 바꾸었어요. 어차피 대학이란 넓고 큰 사회망이니, '이제 더 진솔해져도 되겠다.', '나의 생각을 꾸미거나 감추지 않아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청소년 시절에는 타인에게 전하지 못한 나의 마음도 터놓아보았어요.

물론 사람에게 먼저 솔직함 건네는 것은 참 외롭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지만, 내가 얼마나 진심이느냐에 따라 상대방은 내 말을 듣고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전하기도 했으니 오래 외롭지는 않았어요.

올해 10월에는 정말 큰 일을 벌이기도 했어요. 대학 안에서 친구들과 작은 소모임을 만들어 많은 동아리와 대학원, 학내 자치기구가 함께하는 행사, 'O대 평등 문화 한마당' 을 개최했어요. 

당시 대학 안에는 소수자 인권에 대하여 차별하는 발언이 많았어서, 소모임 원들은 이 문제를 성토함과 동시에 인권과 평화의 가치에 동감하는 학우들과 즐길 수 있을 만한 행사를 기획한 거예요. 행사 당일엔 우리 학교 축제 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와서 끝까지 함께해주었어요. 

그게 바로 '외로움이 용기가 된' 사례인 것 같아요. 저는 그때 많은 사람들과 진심 어리고 솔직한 마음을 나누었다고 느꼈어요. 계산적이고 단절된 관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진실성을 가꿔냈다고 믿어요. 올해 최고 잘한 일들 중 하나!

앞으로는 학내에서 크고 작은 수다회를 만들어서 학우들과 가볍게 떠들고 싶어요. 우리 학교 학생사회에 대한 성토, 개인적인 진로 걱정에 대한 성토, 하고 싶은 일과 놀고 싶은 소재에 관한 이야기, 영화 잡담 등등… 아무거나 좋으니 사람들이 솔직한 마음을 트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리를 몇 번 갖고 싶어요. 그것만으로도 좋은 실천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대학생으로 알고 있는데, 재학 중인 대학교의 커리큘럼이 전술한 ‘꿈’ 을 이루기 위해 많은 도움이 되는지 여쭙습니다.

우리 대학은 최근에 학부제로 개편이 되면서 고학번과 신학번과의 단절이 발생했고, 몇몇 학생 자치기구의 대표자가 궐석인 사태도 벌어졌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친구들은 올해 바라던 대학생활을 보내지 못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문제의식에 통감하면서, 저는 오히려 이득도 함께 취한 경우라고 생각해봅니다. 저는 IT학부에 입학하면서도 사람과 사회에 관심이 많아 사회학부의 전공탐색과목을 듣고 싶었는데, 이 때 학부제 개편으로 인해 타전공 수업을 수강신청하는 것이 훨씬 유연해져서 좋았어요.

다양한 학과, 학부, 출신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와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을 찾았고, 그래서 소모임 또한 구성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부제 커리큘럼이 다소 불안정하고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여타 부작용들을 차치하고선 우선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된 게 사실이에요.

총체적 측면에서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국가 정책 등 제도적 문제점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개선되었으면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초, 중, 고등학교 안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우리가 행복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인지는 학습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능적인 과목만을 배울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과과목을 배우는 시간은 50분인 반면에, 쉬는 시간 10분을 제외하고는 학생들끼리 서로 이야기하는 것이 통제당해요.

이러한 환경에서는 사람을 잘 사귀는 방법을 알기는 어려울 거예요. 게다가 대부분의 수업시간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닌 '듣는 것' 을 반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혹자가 또 다른 혹자와 어떻게 하면 슬기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지 상대적으로 배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수업시간 자체가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봤어요. 학생들끼리 수업을 함께 구성하고 의견을 나누며 진행해나가는 과정을 저학년에서부터 많이 두어야 해요. 공부를 위해 혼자 책을 보는 것이 아닌 친구와 공부에 관해 떠들고 얘기하고, 심지어 ‘잡담’하는 시간조차 공동체와 관계를 배우기 위한 공부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확장되길 바래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 중, 고등학생 당사자분들께서 이러한 문제를 발견하신다면 그분들께서 문제해결을 개진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에요. 이미 대학생인 제가 이 문제의식을 늘어놓는 것보다, 직접 현장에 대면한 당사자 분들께서 문제해결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할 인프라가 더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이외에도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앞에 자기소개를 부탁받고 약간 당황한 걸 생각하니 역시 저는 제가 아직 누구인지를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첨언하건대, 유별난 건 아니지만 저는 또 이런 가치를 믿어요. 저는 저를 충분히 소개할 수 없을만큼 '나' 를 잘 모르지만 그것은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부대끼며 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관계에서 솔직해지는 법을 알려면 이성적으로 타인의 행동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감정적인 공감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답니다.

너무 삭막하고 비정하게 흘러가는 사연들이 많지만 저는 인간적인 감정의 힘을 믿어요. 별 것 없는 사람의 이야기였지만 좋게 읽어주신 분들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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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진 교육 전문 기자  concert@nutrition2.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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